CPO 님의 추천으로 <팀장의 탄생>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페이스북 디자인 부문 부사장인 줄리 주오(Julie Zhuo)가 쓴 책이다. 한국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쓴 책의 권 수 자체도 적고, 프로덕트 디자인 관련되어 번역된 책도 찾기가 어렵다. 더더군다나 디자인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쓴 데다가 한국어로 된 책은 더 찾기가 희박하므로 이 책을 알게 되어 굉장히 기뻤다.1 책 속에 예제들이 대부분 디자인 팀에 관련된 내용이라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실질적인 팁이 많은 책

<팀장의 탄생> 줄리 주오가 작은 팀부터 큰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팀장과 관련된 책을 여럿 읽어 봤는데, 이 책은 실제 팀장 업무에 써먹을 만한 실질적인 팁이 매우 많다. 가령 팀장으로 승진될 때의 케이스를 기반으로 수습생, 개척자, 신규 부임자, 후임자 이렇게 팀장의 종류를 4가지로 나눠서 각 경로의 팀장에게 맞는 팁들을 알려준다. 또, 매니저들이 많이 참여하게 되는 회의 또한 의사결정 회의, 정보 공유를 위한 회의, 피드백을 위한 회의, 아이디어 창출 회의, 팀워크 강화를 위한 회의 이렇게 5가지로 구분하여 각 회의의 목적에 맞는 바람직한 결과를 알려준다.

도움이 많이 된 ‘팀장을 위한 자기 관리법’ 챕터

하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도움이 된 챕터는 바로 팀장을 위한 자기 관리법을 다룬 다섯 번째 챕터였다. 관리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사기꾼처럼 느껴지는 ‘사기꾼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고 줄리 주오는 얘기한다. 그 구절을 읽고 다소 놀랐었다. 내가 본 매니저들은 모두 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처럼 보였다. 처음 매니저 업무를 하더라도 딱히 문제가 없고, 고민도 없어 보였고, 그냥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그에 반해 나는 내가 어떻게 매니저가 된 건가 생각하며, 나만 매니저로서 적응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한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때 사기꾼 증후군을 겪었던 것 같다. 하지만 관리하는 능력은 타고나지 않기 때문에 관리자는 항상 자기가 처한 상황을 잘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줄리 주오는 말한다.

관리자라면 ‘누구나’ 자기가 사기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처음으로 관리자가 됐을 때는 면접이나 일대일 면담 때 버벅댄다. 그러니까 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인 척할 게 아니라 물밑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발길질을 인정해야 한다.

이 챕터는 구덩이에 빠졌을 때 어떻게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는지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반드시 팀장이 아니더라도 회사 생활을 하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고 싶고, 더 빠르게 발전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매니저가 아니더라도 읽을만한 책

비단 현재 팀장이나 매니저가 아니더라도, 큰 조직의 리더로 성장한 IT 업계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계속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매니저를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때가 온다. 그때가 오기에 앞서 이 책을 읽고 매니저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만약 매니저로 일하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를 미리 알고 커리어를 계획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지금 함께 일하는 매니저를 이해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매니징이 아니더라도 앞서 예시로 든 훌륭한 회의를 만드는 법을 다루는 챕터를 통해 효율적이고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배울 수 있고, 성과를 내는 팀의 비밀을 다루는 챕터를 통해 개인적으로도 성과를 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가령 아래 문장은 이는 팀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해당하는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구절이다.

“목표를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들은 소수의 중요한 일에 우수한 생각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너무 많은 일에 평균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크게 성취하는 이들을 보면 의지력도 좋지만 까다롭게 한다.” 2

마치며

이 책이 내가 매니저가 되던 시점에 나왔다면, 그 당시 심각하게 고민했던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고민을 한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팀장은 아니지만, 리드 디자이너로 다소 비슷한 역할을 시작해야 하는 지금이라도 읽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기쁘다.

  1. 블로그 상단 이미지는 원서 책 표지이다. 한글로 번역된 책을 읽었지만, <팀장의 탄생> 책 표지가 너무 별로라 원서로 이미지를 만들어 봤다. 이미지를 보고 싶다면 이 링크를 클릭하면 된다. 

  2. 사실 이 구절은 줄리 주오가 인용한 문장으로, 1998년에 출간된 <80/20 법칙>의 저자 리처드 코치가 썼다.